환대와 결속
가족을 찾아서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 (막 3:35)

 가족, 말만 들어도 코끝이 핑해지는 단어, 그러나 그 안에는 말할 수 없이 깊은 아픔도 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한 지붕 아래에 모여 살면서 그들은 자신의 가장 바닥을 서로에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애증의 관계라고도 하지요. 소통이 안 되고, 대화가 없는 상태, 서로의 마음은 알 길이 없고, 멀어지기만 하는 것 같은 상태는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보통 혈연이나 혼인으로 묶여 있는 형태가 서로를 존중하고 지켜주는 결속의 형태라기보다 한쪽이 한쪽에게 매이는 예속의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부장 적인 가족주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이런 것들이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은 늘 왜곡됩니다. 이 왜곡된 사랑 안에서 많은 청년들이 찾는 가치는 이제 '안전'이 되었습니다.


 예수도 아마 가족 간의 관계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예수는 불효자입니다. 예수는 이 땅에 내 아버지가 없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듣는 아버지 억장이 무너질 얘기지요. 집을 나가더니 사람들을 모아서 사이비 교주가 되었습니다. 어느 부모가 이것을 자랑스러워 하겠습니까. 하루는 소문을 듣고 예수의 어머니가 찾아왔습니다. 철없는 아들내미 알리러 온 것입니다. 그 어머니 속은 걱정으로 타들어 가겠지요.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복음, 권력에 저항하는 사상, 다 좋은데, 혹여나 아들이 세상에 미움을 사서 화라도 당할까 봐 그것이 걱정되고 두려웠을 겁니다. 마침 예수는 사람들과 하나님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한 제자가 예수께 말합니다. "선생님, 어머니께서 찾아왔는데요?" 예수는 강수를 둡니다. 누가 내 어머니이고 형제들이냐! 보아라. 여기서 나와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그 뜻을 행하는 이 사람들이 내 형제고 자매요. 내 어머니다.


 여기에 한마디 더 얹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도 나와 함께 하셔서, 나의 어머니가 되어 주세요. 예수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을 제시합니다. 새로운 가족이란 혈연으로만 묶인 관계가 아니라, 신앙으로 묶인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하나님의 선한 뜻을 품고, 정의를 행하는 삶이 핏줄보다 중요하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교회에 모여서 서로의 가족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 가족 안에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없습니다. 여러 형태의 가족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도 있고, 장애인도 있습니다. 또한 이 가족 안에는 가부장적인 가족주의도 없습니다. 교회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각각의 존재를 소중히 지으셨으니, 각자의 존재가 오롯이 세워질 때, 새로운 가족 또한 세워집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새민족교회에는 새로운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등록했고, 이제 청년이 재적 인원의 절반이나 되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교회도 천천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청년들, 자녀 세대가 일으키고 있는 변화 중 하나는 새민족 교회 안에 희미하게 세워진 장벽들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오래되다 보면, 어떤 일이나 사람, 관계에 대한 관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물론 우리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에 여러 활동과 조 모임을 통해 세대가 다른 이들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해 보고, 서로를 사랑으로 챙겨주는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그로 인하여 세대 간의 장벽, 그리고 서로 간의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생각과 경험은 다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연결된 사랑을 끊어내지 않고, 서로와 공동체를 저버리지 않는 그 마음이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수자들과 청년들에게 안전한 환대의 공 동체, 한쪽이 어느 한쪽에게 예속되지 않는 결속의 공동체, 서로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모르는 부분은 이해해 보기를 소망하는 평등한 공 동체, 그러나 언제나 올바른 길을 찾아내고, 비록 그 길이 어둠일지라도 그 길을 걸어보자고 서로를 설득해 내는 정의로운 공동체, 2024년 에는 우리 새민족교회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맺는 새로운 가족이 되기를 소망합니다.